한국 IT의 현실과 미래

2011. 9. 19. 02:47 | 잡담
며칠전에 네이버 메인에 보이길래 클릭해본 글인데,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소개해드립니다.

삼성이 애플을 못 따라잡는 이유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긴 하나, 한국 IT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위 글에서 제가 공감했던 몇 부분만 발췌해 보겠습니다.

애플과 반대의 길을 택한 삼성의 결정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파악하는 태도는 한국 개발자를 쥐어짜던 못된 버릇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착취에는 기업과 정부가 따로 없다. 일 년을 매달려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도급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석 달 만에 끝내게 만드는 행태 말이다. 이 과정에서 이익은 자기들이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하도급 업체에 떠넘긴다.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맡기는 건 예사이고, 필요할 때마다 개발인력을 빼가 중소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게 뽑아간 인력을 잘 쓰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대기업의 위계적 조직 구조는 개발자의 주체적 판단이나 창의성을 용인하지도 않는다. 그저 '윗사람'이 원하는 안전한 결과물을 (다시 말하면 이미 있는 것을 베껴)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도, 후원도 받을 수 없다. 정부부터 '5년짜리 근시안'을 벗어던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게 바뀌거나 정지되어야 한다면, 아예 정보통신사업에 간섭하지 않는 게 낫다.

한국의 경쟁 교육과 경쟁 체제가 멍청한 이유는, 다양한 사고를 저해함으로써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카이스트에서 '공부 열심히 시킨다'며 일정 학점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물리기 시작했을 때,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첫 번째 변화는 '안전한 선택'이었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잘할 수 있는 과목만 수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탐구해 '교차로형 지식인'이 되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카이스트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그렇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위험 회피 사회'다. 살벌한 경쟁 체제가 안전하고 보수적인 선택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며 지속적으로 고용 유연화 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초등학생 꿈이 '9급 공무원'인 기이한 사회가 되었다. 물론 경쟁 체제가 몰고 온 더 비극적인 결과는 세계 최고의 자살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지만 말이다.

저는 삼성이 애플을 못 따라잡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한국 IT 환경에서는 감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개나소나 데려다 속성으로 2개월 정도만 가르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우나 보수 자체가 열악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개발자의 길을 피하고, 그래서 시장에는 초급 개발자들만 계속 양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숙련된 고급 개발자 1명을 쓰는 것 보다 저비용의 초급 개발자 2~3명을 쓰는게 효율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고급 개발자들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업의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동안 주변에서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에서의 개발자는 정말 3D 직종이고, 그나마 개발자들이 순진하기 때문에 그 연봉과 그 근무시간에도 그냥저냥 참고 버티는거지, 정말 일반인들 데려다놓고 그정도 돈주고 일을 그렇게 시키면 아마 누구라도 도망갈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정부와 대기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글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일년 정도 걸릴 프로젝트를 3개월만에 끝내라고 시키고, 수주하는 업체에서는 말도 안되는 조건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왜냐? 그거라도 수주를 못하면 당장 직원들 월급조차 못 주는게 현실이니까요. 또한 그거라도 따내야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 입찰을 하더라도 대기업이나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경력을 한줄 더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기업은 정말 깡패입니다. 그리고 이 깡패집단을 이끌어가는 윗 사람들은 대부분 무능합니다. 그리고 양심도 없습니다. 대기업이 잘나가는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쥐어짜기 때문입니다. 10억짜리 계약을 5억에 후려치면 유능한 사람이고 그게 곧 그 사람의 실적이 되는 이런 현실에서... 그리고 그 후려치고 남은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피눈물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사실 개발자 뿐 아니라 IT 직종 전반에 대한 대우가 보통은 열악합니다. 그 무능한 윗 사람들은 IT를 "돈만 축내는" 부서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자동차나 TV처럼 눈에 보이는 생산물이 있어야 생산활동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이나 창의적 사고는 생산물로 보이지 않나봅니다. 그분들은 평생 그렇게 2차산업 마인드로 살아가실 것 같습니다.

한국 IT의 미래를 정말 걱정한다면 쓸데없이 한국형 OS니 뭐니 하면서 아까운 국민의 혈세 낭비하지 말고, 중소기업과 창의적 벤처기업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뭐 추진한다고 돈 쏟아부으면 그게 다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 대학 교수들이나 연구소 직원들한테 다 들어갑니다. 정말 바닥에서 고생하는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한테는 십원 한푼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현실인거 다들 잘 알고 계시잖아요?

진정 대한민국의 10년, 20년 뒤를 걱정하신다면 정신 좀 차려주세요 높은 자리에 계신 양반님들.